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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극장]남편 따라 중국 간 조강지처

임명규 기자 seven@taxwatch.co.kr 택스워치

2018-11-19

국세청, 서울 아파트 매입자금 세금 2억 추징
비거주자 판정 번복, 증여세 1000만원 납부

"여보, 오늘은 왜 출근안해요?"
"사실 나 회사에서 잘렸어."
"괜찮아요. 이번 기회에 사업 한번 해봐요."
 
중견기업에 다니던 박모씨는 회사의 갑작스런 해고 통보로 실업자 신세가 됐습니다. 전업주부인 아내와 두 딸을 챙기려면 하루 빨리 일자리를 찾아야 했는데요. 
 
몇 군데 경력사원 모집 공고에 응시해봤지만 그를 채용하는 회사는 없었어요. 회사 다닐 때 인연을 맺은 지인들을 찾아가봤지만 다들 사정이 어렵다며 고개를 돌렸죠.  
 
해고 소식을 듣게 된 아내는 사업을 제안했어요. 오랫동안 중국에 파견 근무했던 경험을 활용하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며 용기를 줬죠. 
 
 
하지만 당장 사업을 시작할 자본금이 없었는데요. 박씨는 가족과 함께 살고 있던 서울의 아파트를 전세 주고 받은 보증금 5억 가운데 3억원으로 중국에서 쥬얼리 사업을 시작했어요.  
 
아내는 남은 보증금 2억원으로 아파트를 알아보고 있었는데요. 남편의 사업이 혹시라도 잘못되면 전세보증금까지 모두 날리게 될까봐 걱정이었어요. 그래서 여동생에게 2억원을 빌려주는 대신 두 딸을 데리고 여동생과 살림을 합치기로 했어요.
 
그러던 어느날 남편이 중국에서 전화를 걸어왔어요. 
 
"여보, 밥은 잘 챙겨먹고 다녀요? 사업은 좀 어때요?"
"원래 아침 안먹잖아. 사업은 아직 시간이 좀 필요해."
"우리가 중국으로 갈게요. 같이 지내야겠어요."
 
아내는 남편의 풀죽은 목소리에 중국행을 결심하게 됩니다. 사업이 잘 풀리지 않는 남편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었어요. 오래 머무를 생각은 아니었기 때문에 간단한 짐만 챙겨서 아이들을 데리고 중국으로 떠났죠.
 
운이 좋았던지 중국으로 간 지 얼마 안돼 남편의 쥬얼리 사업이 술술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대형 계약을 연이어 따냈고 거래처도 점점 늘어났습니다.
 
남편의 성공을 지켜본 아내는 중국에서 더 지내기로 했습니다. 언젠가는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8살이 된 첫째 아이는 중국의 한국인학교로 보냈어요.
 
그렇게 3년을 중국에서 지내고 둘째 아이가 유치원에 갈 나이가 되자 아내는 귀국을 결심합니다.
 
마침 남편의 사업도 완전히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아내는 편안한 마음으로 인천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죠. 돌아와보니 여동생에게도 좋은 소식이 있었어요. 결혼할 남자가 생겼다며 언니에게 소개했어요. 
 
"좋은 일이 계속 생기는구나. 진심으로 축하한다."
"언니, 결혼해도 같이 살자. 신랑한테도 다 얘기해놨어."
"마음은 고맙지만 따로 사는 게 좋을 것 같아."
 
아내는 남편이 중국에서 번 돈으로 7억원짜리 아파트를 장만했어요. 남편이 언제 귀국할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아내 명의로 하게 됐는데요. 세법을 잘 몰랐기 때문에 증여세는 따로 신고하지 않았어요. 
 
첫째 아이를 중학교에 보낼 무렵 아내는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았는데요. 국세청은 가산세를 포함해 증여세 2억원을 부과했습니다. 아내가 국세청에 문의했더니 아파트를 구입할 당시 비거주자 신분이었기 때문에 배우자 증여재산공제(6억원)를 적용하지 않았다고 했어요. 
 
만약 증여재산공제를 받았다면 증여세를 1000만원만 납부하면 되는데 20배에 달하는 세금을 내게 된 아내는 억울했죠. 아내는 국세청을 찾아가 자초지종을 설명했어요. 
 
"남편 사업때문에 중국에 갔다왔을 뿐이에요. 국내에서 쓰던 휴대폰과 신용카드도 해지하지 않았다고요."
"자녀와 함께 가족이 모두 중국에 갔잖아요. 휴대폰과 신용카드는 국내 생활 근거로 인정될 수 없어요."
"둘째 아이는 서울에서 유치원을 다녔고 부모형제도 모두 한국에 살아요."
 
아내가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지냈던 사연을 털어놨지만 국세청은 꿈쩍도 하지 않았어요. 결국 아내는 지난해 7월 국세청이 부과한 증여세 2억원을 돌려달라며 심판청구를 제기했어요. 
 
조세심판원은 아내의 입장을 받아들였는데요. 국내에 계속해서 주민등록상 주소를 두고 있었고 중국에서 영주권을 취득한 사실도 없었기 때문에 비거주자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죠. 
 
심판원은 "아내의 주거지는 중국이 아니라 한국으로 봐야한다"며 "국세청이 배우자 증여재산공제 규정을 적용하지 않고 증여세를 추징한 것은 잘못된 처분"이라고 밝혔습니다. 
 
심판 결정에 따라 아내는 거주자 신분을 인정받아 배우자 증여재산공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증여세 2억원 가운데 1억9000만원을 돌려받게 된 거죠. 
 
■ 절세 Tip
국내 거주자가 배우자로부터 재산을 증여받으면 6억원을 공제한 후 증여세액을 계산한다. 다만 외국 국적을 가졌거나 영주권을 얻은 경우 비거주자로 판단해 증여재산공제를 받을 수 없다. 따라서 외국에 잠시 거주했더라도 주된 생활근거지가 국내였다는 사실을 입증하면 거주자에게 주어지는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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