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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극장]부동산 고수의 위장이혼

임명규 기자 seven@taxwatch.co.kr 택스워치

2019-07-16

자경농지 양도세 감면 '꼼수'...국세청에 덜미

#효자병 걸린 남편
"여보! 부모님은 이제 우리가 모셔야겠어."
"갑자기 왜 그래? 병원에서 무슨 일 있었어?"
"병원을 자주 다녀야 하는데, 우리집이 가깝잖아."
"그럼 당신이 모시고 살아. 나는 절대로 못 모셔."

대학에서 부동산 강의를 하는 김모씨는 서울 목동의 한 아파트에 살았습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된 아내의 헌신 덕분에 아이들을 번듯하게 키울 수 있었는데요.

동갑내기인 김씨 부부는 신혼 시절부터 줄곧 티격태격하면서 지내왔지만, 최근에는 부부싸움이 더욱 잦아졌어요. 김씨가 건강이 악화한 부모님을 집으로 모시겠다고 선언하면서 아내의 불만이 극에 달했죠.

장남인 김씨 입장에서는 부모님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병원을 왕래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는데요. 지난 30년 동안 자녀들을 뒷바라지했던 아내는 곧 결혼을 시키고 편하게 지내려고 했는데, 갑작스런 '시집살이'를 용납할 수 없었어요.

결국 두 사람은 법원에 협의이혼 신청을 냈고, 별거 생활을 하게 됐어요. 김씨는 수원에 아파트 한 채를 장만해 부모님을 모시고 살았고, 아내는 목동 아파트에서 결혼을 앞둔 자녀들과 함께 지냈어요.

#농사가 제일 쉬웠어요
"어머님! 제가 캔 도라지와 당귀 좀 드셔보세요."
"농사가 쉬운 일이 아닌데 참 대견하구나."
"내년엔 블루베리도 한번 심어보려고요."

김씨는 10년 전 취득한 밭(2393㎡)에서 직접 농사를 지었어요. 어려서부터 농사에 관심이 많았던 김씨는 부모님의 건강에 도움이 될만한 식물들을 심어 경작했는데요.

자녀들에게도 밭에서 찍은 인증샷을 보내주면서 땀흘려 일한 보람을 함께 나눴어요. 농사에 재미를 붙인 김씨는 수원에서 영농회의 대의원까지 지낼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했어요.

그런데 김씨가 소유한 밭 주변이 개발되면서 토지 가격이 급등했어요. 한창 가격이 올랐을 때 김씨는 밭을 팔았고, 수억원의 양도차익을 실현했는데요. 자경농지 감면 규정을 적용해서 양도소득세를 확 줄일 수 있었어요.

관할 세무서에서는 김씨의 행적을 수상히 여겼어요. 부동산 전문가인 김씨가 지난 10년 동안 주소지를 4차례나 이전했고, 법원에 이혼의사 확인 신청을 한 이후 실제로 이혼을 하지 않은 점도 이상했어요.

#척척박사 경비원
"혹시 이 사진에 나온 남자분 아시나요?"
"잘 압니다. OOO호 선생님이네요."
"지금도 이 아파트에 살고 계신가요?"
"그럼요. 저기 주차된 OOOO 차가 선생님 차입니다."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통해 김씨의 주변을 탐문했는데요. 아내가 살고 있는 목동 아파트 경비원으로부터 김씨의 거주 사실을 확인했어요. 주차장에서는 김씨가 직접 몰고 다니는 승용차도 발견됐어요.

김씨의 은행계좌 10개도 모두 서울 소재 지점에서 개설됐고, 아내가 김씨의 신용카드를 계속 사용하고 있다는 점도 드러났어요. 김씨가 정기적으로 이용했던 병원과 약국도 모두 아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주변이었어요.

반면, 김씨가 부모님을 모시고 살았다는 수원 아파트의 입주자 관리카드에는 김씨의 이름이 없었는데요. 국세청은 김씨가 아내의 거주지에서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어요.

세무조사 과정에서 또 다른 사실도 밝혀졌는데요. 김씨는 10년 동안 다른 부동산을 통해 고액의 임대수입이 있었고, 서울의 한 회사에서 고정적인 월급도 받고 있었어요.

#경운기는 누구 소유입니까
"경운기도 없으면서 농사를 어떻게 짓습니까?"
"동네 지인의 경운기를 잠깐 빌렸습니다."
"그럼 지인이 대부분의 경작을 해줬군요."

국세청은 김씨가 직접 경작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양도세를 추징했어요. 김씨가 신고한 자경농지 양도세 감면을 인정하지 않았는데요.

김씨는 농지에서 찍은 사진과 인근 주민들이 작성한 경작사실 확인서 등을 증거로 제출했지만, 국세청은 김씨의 주장을 믿지 않았어요. 서울에서 거주하는 김씨가 양도세를 감면받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고 판단했죠.

조세심판원도 김씨의 심판청구를 '기각'했어요. 김씨가 서울 소재 대학에서 부동산 강의를 하면서 근로소득과 임대소득이 발생한 점을 감안하면 농사에 전념했다고 보기 어려웠죠.

결국 김씨는 감면받을 줄 알았던 양도세를 모두 납부하게 됐습니다. 양도세뿐만 아니라 과소신고가산세까지 더 내게 됐는데요. 대학에선 유명한 부동산 전문가였지만, 그의 얄팍한 절세 플랜은 실패로 끝났습니다.

■ 절세 Tip

농지 소재지에 거주하는 사람이 8년 이상 직접 경작한 토지는 양도세를 100% 감면받을 수 있다. 직접 경작의 기준은 소유농지에서 농작업의 절반 이상을 자기 노동력에 의해 경작하는 것으로 규정한다. 사업소득금액과 총급여의 합계액이 연 3700만원 이상인 경우에는 경작 기간에서 제외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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