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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법이 공익법인을 투명하게 만들 수 있을까

2019-09-25

임명규 기자 seven@bizwatch.co.kr

[Tax&]전규안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

우리가 선한 의도로 기부한 기부금은 제대로 쓰이고 있을까? 

"새희망씨앗이 결손아동 기부금 128억을 횡령해 호화생활", "되풀이되는 기부금 비리에 얼어붙은 온정의 손길", "도우면 뭐해, 외제차 타는데, 기부 포비아 우려" 등과 같은 신문기사를 보면 반드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기부금을 받은 비영리법인이 기부금을 엉뚱한 곳에 써서 기부자를 실망시키고, 이는 기부금의 감소로 이어져 기부금의 수혜자가 피해를 입고, 대부분의 선한 기부금 단체가 엉뚱하게 피해를 보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올바른 기부문화의 정착을 위해서는 영리법인(주식회사나 유한회사 등)뿐만 아니라 비영리법인의 투명성도 중요하다. 그렇다면 비영리법인의 투명성 제고는 누가 책임지고 관리하는가? 

먼저 떠오르는 것은 비영리법인을 담당하는 주무관청이다. 예를 들어 '사랑의 열매'로 유명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주무관청은 보건복지부, '유니세프한국위원회'의 주무관청은 외교부,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의 주무관청은 마포구청이다. 

따라서 비영리법인의 투명성을 책임지는 일차적인 주체는 각 주무관청이다. 그러나 실제로 비영리법인의 투명성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주체는 기획재정부다. 각 주무관청이 아닌 기획재정부가 비영리법인의 투명성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법)' 때문이다. 상증법에서는 비영리법인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일정 요건을 만족하는 공익법인은 결산서류를 의무공시해야 하고, 규모가 큰 공익법인은 외부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엄밀하게 말하면 상증법에서는 비영리법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공익법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법인세법상 비영리법인은 공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반면에 상증법상 공익법인은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법인으로 한정하고 있어서 상증법상의 공익법인은 법인세법상의 비영리법인보다 좁은 개념이다. 

그동안 공익법인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여러 노력이 진행돼 왔다. 2018년에는 '공익법인회계기준'을 제정했고, 의무공시 대상인 공익법인에 대해서는 국세청 홈페이지를 통해 공시해왔다. 그러나 많은 공익법인이 의무공시대상과 외부감사대상에서 제외되고, 부실하게 공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문제점이 계속 지적돼 왔다. 

지난 7월말에 발표된 기획재정부의 세법개정안에는 공익법인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여러 제도가 포함돼 있는데, 구체적으로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결산서류 등(재무상태표, 운영성과표 등)을 의무공시해야 하는 공익법인이 현재의 '자산 5억원 이상 또는 연간 수입금액 3억원 이상'에서 모든 공익법인으로 확대된다. 세법개정안의 취지에도 나와있듯이 "기부금 등으로 운영되는 공익법인의 특성상 규모에 관계없이 재무활동 등에 대한 투명한 공개는 기부 활성화를 위한 필수 요소"이므로 바람직한 개정방향이라고 생각된다. 

둘째, 외부회계감사 대상이 되는 공익법인이 현재의 '자산 100억원 이상'에서 '연간 수입금액 50억원 이상 또는 기부금 20억원 이상' 요건이 추가된다. 자산은 적지만 수입금액이나 기부금이 많은 공익법인도 관련 이해관계자가 많으므로 수입금액과 기부금 기준이 추가된 것으로서 공익법인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바람직한 방향이다. 

셋째, 공익법인의 공시사항으로 '재무제표 주석'이 추가된다. 현재는 '재무상태표, 운영성과표, 기부금 모집 및 지출 내용, 감사보고서와 그 감사보고서에 첨부된 재무제표 등'을 공시하도록 되어 있으나, 여기에 '재무제표 주석'을 추가함으로써 공익법인의 현황에 대한 자세한 공시가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넷째, 공익법인에 대해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도'를 새로 도입할 예정이다. 즉, '자산규모 1000억원 이상 또는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인 외부감사대상 공익법인'에 대해서는 6년 동안은 공익법인이 외부감사인을 자유선임하고, 그 후 3년은 국세청장이 지정하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도를 도입한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도는 외부감사인의 독립성 강화와 외부감사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새로 도입돼 2019년 11월에 시행될 예정인 제도로서 영리법인에 적용되는 제도를 공익법인에게도 적용하는 것이다. 

다섯째, 공익법인에 대해 감리제도를 새로 도입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감리를 실시한 후 회계감사기준을 위반한 감사인(회계법인과 감사반)을 금융위원회에 통보해 금융위원회에서 감사인을 제재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는 교육부장관이 사립학교에 대한 감리를 실시한 후 회계감사기준을 위반한 감사인을 금융위원회에 통보해 금융위원회에서 감사인을 제재하는 현행 사립학교법상의 감리방식과 동일한 방식이다. 

기획재정부가 공익법인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도입하는 제도는 모두 공익법인의 투명성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됨과 동시에 공익법인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제도 도입 초기에는 공익법인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이 동시에 마련돼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모든 공익법인이 결산서류 등을 의무공시하되 '자산 5억원 미만이고 연간 수입금액이 3억원 미만인 공익법인'은 간편양식을 사용해 공시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바람직하다. 

또한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도와 감리제도는 준비를 위해 2년간의 유예기간을 두어 2022년 1월 1일부터 적용하는 점도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그 외에도 변경되는 제도를 충실히 따르고자 하지만 인력이나 전문성의 부족으로 힘들어하는 공익법인을 위한 교육과 소규모 공익법인에 대한 외부감사 비용 지원 등의 제도적인 배려가 추가로 필요하다. 

공익법인의 투명성 제고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이해당사자의 인식 전환이다. 이번에 도입예정인 상증법상의 여러 제도가 공익법인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 공익법인의 투명성을 제고해 공익법인에 대한 오해를 줄이고 기부금의 증가를 가져오는 등 공익법인의 본래 활동을 더 활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임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에 도입되는 공익법인 관련 투명성 제고방안이 잘 정착되어 다시는 '기부금 비리'라는 말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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