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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 세금]종갓집 맏며느리의 황혼이혼

임명규 기자 seven@taxwatch.co.kr taxwatch

2018-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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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투병 중에 재산 절반 주고 이혼국세청 "위장이혼" 심판원 "세금 돌려주라"

"여보, 그동안 고생 많았소. 이제 당신만을 위해 여생을 보내구려."
 
"우리가 헤어져도 병간호는 계속 할테니 당신 건강이나 신경쓰세요."
 
경북 안동 권씨 종갓집 맏며느리로 살아온 김모씨는 매년 10차례가 넘는 제사를 지내면서 자녀 4명을 뒷바라지했습니다. 수 십 년 동안 이어져온 가사노동 탓에 김씨의 몸은 성한 곳이 없었죠. 
 
남편은 공인회계사였는데 몇해 전 큰 수술을 받은 뒤부터 간성뇌증을 앓고 있었습니다. 수시로 혼수상태에 빠지는 남편을 보면서 김씨는 아프다는 내색도 할 수 없었죠. 남편이 쓰러질 때마다 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옮기는 일이 반복됐고 김씨는 점점 지쳐갔습니다.

어느 날 의식을 되찾은 남편이 진심을 털어놨는데요. 가족을 위해 평생을 희생해 온 아내를 위해 마지막 선물을 주고 싶다는 겁니다. 그가 고심 끝에 꺼낸 말은 '이혼'이었습니다. 더 이상 고생하지 말고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라는 뜻이었죠. 
 
재산도 넉넉하게 챙겨줄테니 마음껏 쓰라고 했습니다. 김씨는 남편의 속깊은 배려를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는데요. 다만 자녀들이 충격받지 않도록 이혼 사실을 비밀로 하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황혼 이혼을 결행했습니다. 남편은 김씨의 통장에 전재산 100억원 중 절반인 50억원을 입금했는데요. 결혼생활에서 함께 모은 재산을 분할했기 때문에 따로 증여세도 내지 않았습니다. 김씨는 둘째 아들네에서 따로 지내면서 그동안 누려보지 못했던 여유를 갖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의 병세는 이혼 후에 점점 더 악화했고 김씨는 그런 남편을 모른척할 수 없었는데요. 남편이 입원할 때마다 정성껏 간호했고 퇴원한 후에도 남편 곁을 지키는 날이 많았습니다. 
 
김씨는 의식이 불완전한 남편을 대신해 남편이 기거하는 서울 서초동 아파트의 관리비와 공과금을 챙겼고 남편의 은행 대여금고도 직접 관리했습니다. 법적으로는 분명 이혼 상태였지만 남편을 향한 마음만은 각별했습니다. 오로지 남편이 건강을 회복하기만을 바랄 뿐이었죠. 
 
남편은 한때 병세가 호전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당뇨 합병증으로 끝내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남편을 떠나보낸 김씨도 극심한 고통을 겪었지만 자녀들의 도움으로 몸과 마음을 추스릴 수 있었습니다. 속 깊은 자녀들은 이혼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오히려 김씨가 죄책감을 가질까봐 일부러 모른척했다고 합니다. 
 
김씨는 남편이 사망한 지 1년6개월 만에 국세청의 세금 통지서를 받았습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김씨가 세금을 피하기 위해 남편과 위장이혼했다고 판단해 배우자 증여재산공제 6억원을 넘는 증여금액에 대한 증여세 17억원을 추징했죠. 이혼 후에도 남편을 간병하면서 혼인관계를 지속했다는 게 국세청의 주장입니다. 
 
국세청은 남편이 살던 아파트 경비원의 진술과 소방서 구급활동 일지를 증거로 내세웠습니다. 아파트 경비원은 "사모님이 남편 병구완을 위해 자주 병원에 가는 걸 봤다"고 말했습니다.
 
남편이 사망하기 직전 구급차로 이송될 당시 소방서에서 작성한 구급활동 일지에도 보호자가 김씨로 적혀있고 관계는 '배우자'였다고 합니다. 국세청은 "여러 정황을 볼 때 거액의 세금을 탈루하기 위한 위장이혼이 명백하다"며 김씨를 추궁했습니다. 
 
하지만 김씨는 위장이혼 논란으로 세금을 추징 당하면서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됐다고 맞섰습니다. 이혼을 하지 않은 채 배우자 상속을 받았으면 최대 30억원까지 상속공제를 받아 세금을 10억원 정도 더 줄일 수 있었다는 얘기죠.
 
조세심판원도 김씨의 심판청구를 받아들여 국세청에 증여세를 돌려주라고 결정했습니다. 조세심판관 합동회의까지 거치면서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합니다. 
 
심판원은 "김씨는 가부장적인 가장에게 순종하면서 자녀 넷을 뒷바라지하고 종갓집 맏며느리로 제사 등 집안의 대소사를 챙겨왔다"며 "여생을 자유롭게 지내기 위해 황혼이혼을 결심한 점을 볼 때 그동안 겪었을 설움과 아픔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 배우자 상속·증여공제
배우자가 재산을 증여받으면 과거 10년 이내에 6억원까지 공제해 증여세를 계산한다. 배우자로부터 받는 재산 6억원까지는 증여세를 낼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배우자의 사망으로 인해 상속을 받으면 배우자의 법정상속지분(자녀의 1.5배) 가운데 30억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자녀가 2명이면 배우자 상속지분은 42.9%(자녀는 28.6%), 자녀가 4명이면 배우자는 27.3%(자녀는 18.2%)의 상속지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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