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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 세금]재벌2세가 건넨 돈봉투

임명규 기자 seven@taxwatch.co.kr taxwatch

2018-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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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절·이별 위자료, 회사 가공 급여 지급국세청 증여세 과세처분, 부부생활 증거 부족

"양가에서 반대하는 결혼은 할 수 없어요. 우리 이쯤에서 헤어져요."
 
"당신을 책임지고 싶지만…위자료는 충분히 챙겨줄게."
 
서울의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김모씨는 대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유럽으로 배낭 여행을 갔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모은 여행 경비로 떠난 생애 첫 해외 여행이었죠. 
 
여행 도중 길을 헤매다가 한 남자를 만났는데요. 훤칠한 외모에 선한 눈매가 매력적인 한국 남자였습니다. 그의 친절한 모습에 호감을 느꼈지만 여행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더 컸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가면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연락처만 주고 받았죠. 
 
여행에서 돌아온 지 일주일 뒤 남자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김씨도 흔쾌히 그를 만났는데요. 대화도 잘 통하고 배려심도 깊은 그 남자에게 김씨는 점점 마음을 열었습니다. 두 사람은 만난 지 한 달 만에 교제를 시작했고 서울의 한 오피스텔에서 동거를 하게 됩니다. 
 



오피스텔 취득 자금부터 생활비까지 모두 남자가 마련했는데요. 알고보니 그는 중견 그룹의 후계자였습니다. 김씨는 그의 배경이 부담스러웠지만 사랑에 대한 확신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두 사람의 사랑은 더욱 깊어졌고 결혼까지 약속했습니다.
 
김씨는 다니던 학교까지 그만두고 남자의 내조에만 전념했습니다. 동거 생활은 4년 넘게 이어졌는데요. 김씨는 아이를 가졌고 남자에게 임신 사실을 알렸지만 남자의 반응은 뜻밖이었습니다. 집안의 반대가 심해서 현재로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니 아이를 낳지 말자고 한 겁니다.
 
남자에게 실망한 김씨는 부모에게 사실을 털어놨는데요. 부모도 당연히 반대하고 나섰죠. 결국 김씨는 남자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임신중절 수술을 받았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남자는 10억원의 돈봉투를 쥐어주며 김씨에게 용서를 빌었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죠. 
 
그런데 두 사람의 금전 관계는 헤어진 후에도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남자는 동거를 하면서 가사 일만 하던 김씨를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의 직원으로 올려놨는데요. 김씨는 실제로 회사를 다니지는 않았지만 4년 동안 꼬박꼬박 월급을 받았고 헤어진 후에도 2년간 더 월급을 챙겼습니다. 
 
두 사람의 은밀한 관계는 국세청이 회사에 대해 세무조사를 하면서 드러나게 됐는데요. 국세청이 남자에게 김씨와의 관계와 급여 지급 경위에 대해 소명을 요구했지만 남자는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습니다. 
 
남자는 그 회사의 지분 23%를 가진 대주주였지만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회사 대표는 남자의 부탁이라면 거절할 수 없는 관계였다고 털어놨습니다. 남자가 회사 대표에게 사실혼 관계인 김씨의 급여를 챙겨달라고 부탁했다는 겁니다. 
 
국세청은 김씨의 증여자금 출처 조사에 나섰고 위자료와 생활비, 가공 급여 등에 대해 증여세를 추징했습니다. 김씨는 사실혼 청산에 따른 위자료였기 때문에 증여세를 낼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는데요. 임신중절 수술 진단서까지 국세청에 제출했지만 과세 처분을 뒤집을 순 없었습니다. 
 
조세심판원은 "진단서만으로는 당사자간 혼인 의사가 있었는지, 동거 생활을 했는지 여부를 입증할 수 없다"며 "주민등록상 주소지도 다르고 남자가 준 돈이 고액인 점에 비춰볼 때 사실혼에 따른 위자료와 공동생활비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김씨는 회사로부터 받은 급여만이라도 증여재산 가액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심판원은 "김씨가 회사 업무와 전혀 관련이 없었기 때문에 급여로 볼 이유가 없다"며 "남자가 대주주로서 급여를 지급하도록 영향력을 발휘했기 때문에 사실상 증여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 생활비·혼수용품 증여세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피부양자의 생활비는 증여세를 비과세한다. 하지만 생활비 명목으로 받은 돈으로 적금을 붓거나 부동산 매입 자금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증여세를 과세한다. 혼수용품은 가사용품에 한해 증여세를 비과세하지만 호화 사치용품이나 주택·차량 등은 비과세 대상에서 제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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