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청약 플랜 |
법무사 사무장이었던 아버지는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분이었습니다. 월급에서 생활비만 제외하고
꼬박꼬박 적금과 연금을 넣으며 노후자금을 두둑하게 마련했어요.
집은 딱 한 채가 있었는데 어머니와 공동명의로 취득한 서울의 84㎡ 주택이었어요. 1세대1주택이었기 때문에 나중에 팔더라도 양도소득세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죠.
제가 대학을 졸업하고 간호사 시험에 합격하자 아버지는 주소 이전을 권유했어요. 지인이 살던
이웃집이었는데, 청약에서 유리한 점수를 받기 위해 저의 주소지를 그 집으로 옮기자는 것이었어요.
#교수가 된 간호사 |
저는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교수의 꿈을 키워왔는데요. 10년이 넘는 준비 끝에 마침내 부산의 한 대학교에서 저를 불렀어요. 37세의
나이에 간호학과 교수가 된 것이었죠.
처음에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KTX를
타고 다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너무 피곤했어요. 그래서
대학 인근의 오피스텔을 얻었고, 강의가 있는 평일에만 머물렀어요.
청약을 위해 이웃집으로 옮겨놨던 주소도 부산의 오피스텔로 이전했는데요. 임차인의 지위를 보호받기 위해서였죠. 하지만, 부모님의 건강이 점점 악화하면서 서울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났어요.
#더 이상 아프지마요 |
고령의 아버지는 병원에 입원하는 날이 많아졌고,
어머니는 시각장애 판정을 받은 후 외출을 못하게 됐는데요. 저는 강의가 있는 날에만 KTX로 학교에 다녀오고, 나머지 시간에는 부모님을 모셔야 했어요.
반찬과 생활용품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주문했고, 아버지의
병원비와 어머니의 휴대폰 요금도 모두 제가 부담했어요. 힘들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어요. 오로지 부모님의 건강만을 위해 매일 기도했죠.
그럼에도 아버지는 병마를 이겨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게 됐어요. 그리고 6개월 후 상속세를 신고했는데요. 국세청은 3개월 동안 상속세 조사를 벌인 끝에 저에게 세금을 더
내라고 했어요.
#경제적 공동체 여부 |
저는 아버지가 생전에 어머니와 공동명의로 보유했던 주택의 50% 지분을 물려받기로 하고, 동거주택 상속공제를 적용했어요. 10년 이상 아버지와 같은 주택에서 동거했기 때문에 상속공제 요건을 충족했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국세청은 동거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어요. 주민등록상 주소가 다르게 나왔고, 제가
부모님을 부양했다는 증거도 찾지 못했어요. 부산의 오피스텔에 살던 제가 부모님의 병원비와 휴대폰 요금을
부담했다고 해서 '경제적 공동체'가 될 순 없다는 것이었죠.
너무 억울해서 조세심판원까지 찾아가봤지만 끝내 세금을 돌려받지 못했어요. 조세심판원은 "주민등록상 주소지와 달리 실제로는 아버지와
거주했다고 볼만한 객관적 증빙이 부족하다"며 "우편물
수령지와 휴대폰 요금 대납 등의 사정은 동거 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 절세 Tip
재산을 상속받는 자녀가 10년 이상 하나의
주택에서 동거하면서 1세대를 구성한 경우, 상속주택가액의 100%를 공제한다. 동거주택 상속공제를 받으려면 1세대1주택에 해당해야 하지만, 취학이나
근무상 형편 또는 질병 요양의 사유가 인정되면 2주택 이상인 경우에도
1주택을 소유한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