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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극장]또순이 아내와 한량 남편

2020-04-16

임명규 기자 seven@taxwatch.co.kr 택스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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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별거중 고가주택 매도, 1주택자 과세특례 적용 불가

# 차라리 재택근무였다면
"당신 요즘 출근도 안하고 왜 집에만 있어?"
"사실 말이야. 나 회사 그만뒀어. 사업 좀 해보려고."
"무슨 돈으로 사업을 해? 모아놓은 자금도 없잖아."
"초기 사업자금만 좀 보태줘. 나중에 몇 배로 갚을게."

결혼과 동시에 회사를 퇴직한 김모씨에겐 믿는 구석이 있었습니다. 그의 아내는 결혼 전부터 돈도 많이 벌고 재테크도 잘하는 능력자였는데요. 

김씨가 사업을 준비한다며 사실상 백수 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아내는 경기도의 한 신도시에 위치한 고가주택을 본인 명의로 취득하는 수완까지 발휘했어요. 

똑부러지는 아내와 달리 김씨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어요. 손대는 사업마다 계속 실패했고 빚쟁이들에게 쫓기는 신세였죠. 집에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김씨에게 아내의 불만은 점점 커져갔어요. 

# 아이 생일도 모르는 아빠
"내일은 중요한 날이니까 집에 꼭 들어오면 좋겠어."
"거래처 사장과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그런데 무슨 날이야?" 
"정말 기억 못하는거야? 우리 아이 생일이잖아."

김씨는 아내와 아이에게 무관심했어요. 집안일은 모두 아내의 몫이었고 기저귀 한 번 갈아본 적도 없었어요. 결혼기념일뿐만 아니라 아이의 생일도 전혀 기억하지 못했죠. 

가족은 뒷전이었지만 자신을 위한 투자는 아끼지 않았어요. 고급 수입차를 타면서 명품 쇼핑을 즐겼고, 해외여행과 골프 등 호화로운 생활을 누렸어요. 

아내는 그의 낭비벽을 고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해봤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았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다툼이 잦아진 두 사람은 성격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별거 생활을 시작했어요. 

# 남편을 위한 이혼 위자료
"이혼은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에 하자."
"양육권은 당신이 가져가. 위자료는 어떻게 할거야?"
"이 집을 당신에게 넘겨줄게. 그게 위자료야."

이미 마음이 한참 멀어진 두 사람에게 이혼은 시간 문제였어요. 다만, 아내의 요청에 따라 법률적 이혼 시기는 아들의 초등학교 입학 이후로 늦추기로 합의했는데요. 

그 사이 아내는 자신이 보유한 집 두 채 가운데 한 채를 김씨 명의로 바꿔줬어요. 사실상 이혼 위자료의 개념이었죠. 때마침 그 집이 재건축되면서 김씨는 돈방석에 앉을 수 있었죠. 

아내가 보유한 다른 한 채는 친오빠 명의로 이전했어요. 실제 소유주는 아내였지만 혹시 양도소득세가 추징될까봐 오빠 명의로 돌려놓은 것이었어요. 

김씨는 1세대1주택 양도세 특례를 적용해 고가주택에 대한 초과 세액만 세무서에 신고한 후 세금을 납부했어요. 그리고 김씨와 아내는 예정대로 이혼했고, 아내가 오빠에게 명의신탁했던 주택도 다시 되찾았어요. 

# 10년 만에 나온 세무조사
"김선생님! 국세청입니다. 조사에 협조해주세요."
"무슨 일이죠? 저는 세금을 전혀 몰라요."
"10년 전에 집 파셨죠? 그때 세금신고를 잘못하셨네요."

국세청은 김씨를 상대로 열흘 동안 세무조사에 나섰어요. 김씨가 아내에게 받은 집을 판 지 정확히 10년 만이었는데요. 국세청이 양도세를 사후 추징할 수 있는 부과제척기간은 기본 5년이지만, 김씨에겐 다른 사정이 있었어요. 

김씨가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부정한 행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10년의 부과제척기간이 적용됐어요. 김씨의 전 아내가 오빠에게 명의신탁했던 주택에 대해 부동산실명법 위반으로 관할구청의 과징금을 받게 되면서 김씨에게도 불똥이 튄 겁니다. 

결국 김씨가 집을 팔았던 시점에 아내가 주택을 보유한 상태로 정정됐어요. 당시 법적 부부로서 같은 세대를 구성했던 김씨도 주택을 팔 당시 1주택자가 아니라 2주택자가 된 것이었죠. 국세청은 김씨에게 1세대1주택 과세 특례를 적용하지 않고, 양도세와 부당과소신고가산세까지 추징했어요. 

# 사실혼? 사실상이혼?
"그땐 별거중이었고 사실상 이혼한 상태였어요."
"법적으로 이혼하진 않았으니, 부부 맞잖아요."
"저는 경제적 능력도 없고, 그 집의 실제 소유자는 아내였어요."

김씨는 집을 팔 당시 아내와 헤어진 후 별도 세대를 구성했다고 주장했어요. 그러면 김씨와 아내 모두 각각 1주택자 신분이 되면서 양도세 특례 대상이 되죠. 

하지만 국세청은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아무리 부부관계가 파탄에 이르러도 법적으로 이혼하지 않은 이상 부부로 봐야한다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었어요. 

조세심판원도 국세청 과세가 맞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당시 이혼상태도 아닌데다 주택의 실제 소유자가 아내였다는 객관적 입증자료도 없기 때문이었죠. 

김씨가 제기한 심판청구의 절차상 문제도 지적됐는데요. 김씨가 국세청의 납세고지서를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심판청구를 제기해야 하는데, 김씨는 117일 후에야 심판청구서를 제출했어요. 심판원은 부적법한 청구라는 결정을 내렸고, 김씨는 세금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됐습니다. 

■ 절세 Tip

심판청구는 과세당국의 처분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제기해야 한다. 청구기간이 지난 후에 제기된 심판청구에 대해서는 '각하' 결정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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