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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극장]과수원집 아들의 전원일기

2019-11-18

임명규 기자 seven@taxwatch.co.kr 택스워치

첨부파일 :  

상속받은 농장 자경농지 양도세 감면 신청
국세청, 농지 거주요건 미비로 세금 추징

#착한 거짓말
"엇? 아들아! 학교는 가지 않고 왜 논으로 나왔니?"
"오늘 개교기념일이라서 학교가지 않아도 되요."
"안그래도 일이 많았는데 마침 잘됐구나. 네가 좀 도와주렴."

경남의 한 농촌에서 태어난 김모씨는 어릴 때부터 농사일을 돕는 착한 아들이었습니다. 모내기를 하기 위해 학교에 가지 않은 날도 많았고, 낫으로 벼를 베다가 손을 크게 다친 적도 있었어요. 

농번기에는 항상 일손이 부족했기 때문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주경야독'하는 것이 일상이었죠. 성인이 된 후에는 결혼과 직장 문제 때문에 고향을 떠났지만, 부모님이 고생할까봐 주말에도 자주 찾아왔어요. 

아버지는 벼농사를 짓던 땅에 포도나무를 심었는데요. 수익성이 좋아서 돈도 많이 벌었지만, 고된 농사일은 그대로였어요. 병명도 모른 채 시름시름 앓던 아버지는 포도농장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어요. 

#포도밭에 들어온 아들
"어머니! 포도농사 때문이 많이 힘드시죠?"
"너무 벅차구나. 네가 좀 도와주면 안되겠니?"
"걱정마세요. 제가 귀농해서 일을 도울게요."

김씨는 혼자 포도농사를 짓는 어머니를 위해 귀농을 결심했어요. 농장 근처의 주택에서 10년 넘게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고, 농사도 함께 지었어요. 

비닐하우스가 아닌 노지재배였기 때문에 수확량은 많지 않았지만, 가족과 지인들을 통해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하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어요. 포도뿐만 아니라 자두와 단감도 심으면서 판매처를 늘려갔어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도 포도농장에 남아 가업을 이어갔어요. 농업경영체로 등록하고 직불금도 받았는데요. 농약과 비료도 직접 구입하면서 농사에 전념했지만, 건강이 점점 악화하면서 병원 신세를 지는 날이 많아졌어요. 

#처제와의 동거
"형부! 몸은 좀 어떠세요? 신장암 수술은 잘 끝났어요?"
"수술은 잘 됐는데 방광으로 옮겨져서 다시 수술을 받아야 해."
"그럼 우리집에서 지내세요. 제가 밥도 잘 챙겨드릴게요."

암수술까지 받은 김씨는 농장에서 멀지 않은 처제의 집에서 살게 됐어요. 아내와 아이들은 부산에서 살았는데요. 김씨가 부산 집과 농장을 오고가려면 1시간 가량 소요되기 때문에 처제의 도움을 받기로 했어요. 

하지만 몸상태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으면서 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어요. 농업경영체를 폐업하고 어린 시절부터 40년 넘게 일궈온 땅도 팔았어요. 아버지로부터 땅을 상속받은 지 20년 만이었어요. 

다행히 땅값은 많이 올랐는데요. 세무서를 찾아가 자경농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을 신청했어요. 세금을 내지 않고 끝난 줄 알았는데, 6개월 만에 세무서 직원이 찾아왔어요. 

#먼지가 수북한 집
"콜록콜록! 집에 먼지가 왜 이렇게 많아요?"
"제가 몸이 아파서 청소를 못했을 뿐이에요."
"그냥 폐가같군요. 주방에는 조리기구도 전혀 없네요."

세무서 직원은 집안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돌아갔어요.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았던 흔적이 역력했는데요. 김씨의 주소지를 담당하는 우편배달 직원에게 물어보니, 집에 사람이 없어서 우편물도 전달하지 못했다고 했어요. 

전기사용내역도 조회해봤는데 2년 동안 사용량이 전혀 없었어요. 김씨가 농약을 구입했다는 가게에 물어봐도 조그만 텃밭에 들어갈 정도의 소량이었다고 대답했어요. 포도를 유기농으로 키우려면 비료와 퇴비도 많이 필요한데, 김씨는 구입한 적이 없다고 했어요. 

세무서에서는 김씨가 실제로 농장 인근에 살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양도세를 추징했어요. 김씨가 상속받은 땅에 대해 자경농지 양도세 감면을 받으려면 1년 이상 농지 근처에 살면서 경작해야 하는데, 거주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죠. 

#하이패스는 알고 있다
"고속도로 이용료 내역을 보니 부산에서 출발한 기록만 있네요."
"차가 두 대인데요. 농장에서 나올 땐 하이패스가 없는 차를 이용해서 그래요."
"그런데 수술도 받은 분이 장거리 운전을 그렇게 많이 하셨어요?"

김씨가 양도세 과세처분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자, 세무서는 하이패스 기록을 다시 살펴봤어요. 김씨는 직접 운전해서 부산 집과 농장을 오고갔는데요. 부산에서 농장으로 출발했다가 당일 저녁에 되돌아간 것으로 드러났어요. 농장에서는 잠을 잔 적이 없었다는 얘기죠. 

조세심판원도 김씨가 농장에서 거주했다는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어요. 김씨의 아내는 부산에 주민등록 주소를 계속 두고 있었는데, 몸이 아픈 김씨가 혼자 농장에서 거주하며 농사를 지었다는 사실도 믿기 힘들었어요. 처제의 집에서 지냈다는 것도 증거가 남아있지 않았어요. 

결국 김씨가 제기한 심판청구는 '기각' 결정이 내려졌어요. 심판원은 "전기사용량이 없고 배우자 주소지와 하이패스 내역 등을 종합해볼 때 거주 사실을 입증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어요. 김씨는 자경농지 양도세 감면을 받지 못하고 세금을 모두 납부하게 됐습니다. 

■ 절세 Tip
8년 이상 자경한 농지는 양도소득세를 100% 감면받을 수 있지만, 직접 경작과 거주지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상속받은 농지를 1년 이상 경작한 경우, 농지가 소재하거나 연접한 시·군·구 지역, 농지와의 직선거리가 30km 이내인 지역에 거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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